본문 시작
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통장잔금 엥꼬와 배움 사이에서
- 방구붕
- 조회 : 3281
- 등록일 : 2010-04-03
「양극화, 세계화, 저출산, 고령화의 해결책은... 복!지!국!가!혁!명!」 복지국가 society 정책위원회가 지은『복지국가혁명』(2007, 도서출판 밈)을 보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실현할 때 비로소 인간 존엄과 개인 간 연대, 사회 정의의 제도적 보장이 실현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어제는 ‘세명미디어(가칭)’의 기획 회의가 있은 날입니다. 노동, 의료, 금융, 주거, 보육 다섯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위해 스터디를 꾸렸는데요, 그 시작으로 ‘복지국가혁명’을 읽으며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해 보기로 했습니다. 더 나은 미래, 예쁜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더 나은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세저리의 현재는 어떨까요.
A는 대학 4년 등록금을 모두 스스로 부담했습니다. 서울에 작은 집 하나쯤 얻을 수 있는 대출금이 쌓였지요. 학비 외에 들어가는 매달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도 없다고 하고요. 덕분에 A는 더욱 풍부한 경험과 생활의 지혜를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A는 풍부한 경험과 생활의 지혜를 갖췄기에, 그 대출금도 마땅히 짊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는 A만큼의 경험과 지혜를 얻는 대신, 대출금을 갚을 자신이 있을까요.
B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부모님께 손을 벌였습니다. 자신했던 목표를 위한 선택이니만큼 후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형편을 생각하면, 장성한 20대 후반의 자녀가 편안하게 돈을 받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매달 생활비는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학기 중에는 아르바이트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방학 때마다 알뜰히 모아 놓은 잔고는 점점 바닥을 향해갑니다. 욕심만 줄이면 지출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 되면 나오는 밥에, 잠도 공짜로 잘 수 있고요. 그러나 밤에 야식 하나, 맥주 한 모금이며, 수업 교재쯤은 사서 읽고 싶은 이 평범한 욕심에서 자유롭기 어렵네요.
C는 대학 때 받은 학자금 대출금이 아직 어깨에 앉아 있습니다. 당시 5.7%던 이자율에 지금도 매달 3만 원가량 갚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이곳저곳 인턴이며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원금은 못 갚고 있습니다. 희한하게 돈을 벌면 버는 대로 다른 구멍에 빠뜨립니다. 지난달에는 통신비 6만원과 대출금 이자 3만원을 제외하고 딱 30만 원을 썼습니다. 서울 생활에 비해 확실히 덜 씁니다. 더구나 선생님들께서 자주 맛난 먹을거리를 지급해 주시고, 동기들도 과자 한 조각씩 쏴주니 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넉넉해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랑 한 권의 책을 구입하고 써야할 때만 꼭 써서 40만 원 지출했다는 것도 꼭 뿌듯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책 구입이 많거나, 외로움을 야식이나 회식으로 달래는 경우에는 카드 값이 80만 원을 치닫기도 합니다. 또, 고작 30만 원밖에 안 되는, 그러나 아르바이트 해가며 간신히 만들어 놓은 적금을 깨야할 지도 고민 중이고요. 일반 직장에 다녔다면 월급으로 모았을 액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약간의 학점 차이에 따라 장학금의 액수가 달라지는 만큼, 학점에 대해 해탈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 우리는 여러 가지 기회비용을 고려했지요. 선택한 이상 충실히 과정을 따라야 하고요.
문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러 상황에 흔들리는 나, 자신입니다. ‘열심히 빚 낸 당신, 당신의 미래는 더 나아’질까요. 모든 세저리人이 건강하고 행복한 문화관, 역동적 복지학교 세명대학교를 실현할 때 비로소 인간 존엄과 개인 간 연대가 이루어질...까요(?;) 이미 풍부한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으며 훌륭한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행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운만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세저리적인 20대 후반 청년들의 고민까지 해소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상 세저리뉴스 찌질한 기자 방구붕입니다.
*2기, 3기 포함 약 10명 심층인터뷰(?) 결과입니다(;)
*부모님께 등록금 및 생활비를 지원받는 학우도 있습니다(이 또한 팩트, 그러나 방구붕 기자는 여론을 조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