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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뉴스 1월 11일
- 손군
- 조회 : 3537
- 등록일 : 2010-01-12
2009년 12월 말부터 올해 5일까지 삼척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가니 좋더군요. 따뜻한 밥상 앞에 앉아 TV를 보고는 소파에 앉아 또 TV를 보다가 해질녘에 친구를 보러 나가는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삼척은 참 변한 게 없는 도시입니다. 어렸을 땐 뛰어서 10분, 자전거를 타면 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고등학교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거리는 한산하지만 한번 나갔다 하면 친구, 친구의 부모님, 친구의 친구들, 동창들의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띕니다. 가장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이곳 특유의 공기냄새인데요. 바닷가가 시내에서 멀지 않은터라 약간 짭쪼름한 냄새라고 해야되나? 맑고 찬 느낌의 제천공기나 서울의 답답한 공기랑은 좀 다른 냄새가 납니다. 덕분에 언제부턴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일단 심호흡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죠.
그렇게 익숙하던 이곳에서 두 가지 낯선 풍경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1기 현정이가 삼척MBC에서 나오는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새벽녁에 본 일출이었습니다. 현정이는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특유의 적응력으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가지 생각도 많은 듯 했고요. 좋은 경험을 쌓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삼척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해돋이였습니다. 새해 첫날은 워낙 붐빌 걸 알기 때문에 1월 2일 아침 7시쯤 삼척해수욕장 근처로 향했습니다. 구름이 껴서 해가 수평선에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모습을 보진 못했습니다만 하늘 중간쯤에 떠서야 구름 사이로 살짝 비치는 해도 볼만하더군요. 여기서 새벽마다 해안경비를 서며 군복무했던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듯 "해 뜨는 건 보기도 싫다"며 해돋이 시간은 관광할 때가 아니라 퇴근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이곳에선 대부분 상근예비역이라 해안초소에서 밤샘근무를 서고 집으로 퇴근했다가 다시 근무서는 식으로 군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제가 새로 발견한 장소는 삼척해수욕장에서 뒤쪽길로 가다보면 나오는 "해가사터"라는 곳입니다.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헌화가" 아시죠? 암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절벽에 붙어 있는 꽃을 꺾어다가 수로부인에게 바쳤다는 향가말입니다. 해가는 삼국유사 수로부인전에 나오는 헌화가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덕왕 대의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는 길에 잠시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던 중에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바다속으로 데려가자 근처를 지나던 노인이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입이 쇠도 녹인다고 했는데 바다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 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경내 사람들을 불러 노래를 부르도록 시켰다고 합니다. 그 노래가 "해가" 이구요.
해가사터에서 본 바다풍경이 시원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터라 파도가 제 키보다 조금 더 큰 높이로 솟아올라 폭포가 쏟아지듯이 길게 내리쳤습니다. 하얀 물보라가 얕은 해안에 퍼졌구요. 먼 바다는 시퍼런 데 가까운 바다는 하얗게 반짝였습니다.
해가사터 바로 아래는 증산해수욕장이 있는데 맨 앞부분의 이물이 나간 배와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그물이 눈에 띕니다. 여기가 조용하고 해돋이 보기도 좋은 데다가 민박집도 백사장 바로 앞에 있어서 세저리 식구들 데리고 한번 와보고 싶네요.
백사장을 따라 가다보면 암벽이 있고 그 옆에 나무로 만든 길이 나 있습니다. 여기를 따라 건너가면 추암해수욕장이 나오는데요. 정규방송 시간 끝나고 애국가 나올 때 본 해돋이가 여기서 촬영한 것이랍니다. 오솔길에 멈춰서 구름 속에 새어나온 뻘건 빛이 바다와 뾰족하게 솟은 촛대바위 위로 비치는 모습에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좋다."
익숙해서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 일상에서 낯익은 냄새와 풍경, 사람들을 천천히 음미해 보면 전에는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더군요. 옛날 일도 아니고 아주 먼 앞으로 얘기도 아니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이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는 재미를 찾을랍니다. "세상을 깊게 보는 눈"을 가지려면 세상의 작지만 의미있는 일상을 볼 수 있는 눈이 먼저 필요할테니 말이죠.
이상 삼척해돋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홍보담당 손군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핸드폰 충전기를 안가져와서 핸드폰에 저장된 일출사진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군요.
글을 수정하거나 포토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가니 좋더군요. 따뜻한 밥상 앞에 앉아 TV를 보고는 소파에 앉아 또 TV를 보다가 해질녘에 친구를 보러 나가는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삼척은 참 변한 게 없는 도시입니다. 어렸을 땐 뛰어서 10분, 자전거를 타면 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고등학교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거리는 한산하지만 한번 나갔다 하면 친구, 친구의 부모님, 친구의 친구들, 동창들의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띕니다. 가장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이곳 특유의 공기냄새인데요. 바닷가가 시내에서 멀지 않은터라 약간 짭쪼름한 냄새라고 해야되나? 맑고 찬 느낌의 제천공기나 서울의 답답한 공기랑은 좀 다른 냄새가 납니다. 덕분에 언제부턴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일단 심호흡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죠.
그렇게 익숙하던 이곳에서 두 가지 낯선 풍경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1기 현정이가 삼척MBC에서 나오는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새벽녁에 본 일출이었습니다. 현정이는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특유의 적응력으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가지 생각도 많은 듯 했고요. 좋은 경험을 쌓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삼척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해돋이였습니다. 새해 첫날은 워낙 붐빌 걸 알기 때문에 1월 2일 아침 7시쯤 삼척해수욕장 근처로 향했습니다. 구름이 껴서 해가 수평선에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모습을 보진 못했습니다만 하늘 중간쯤에 떠서야 구름 사이로 살짝 비치는 해도 볼만하더군요. 여기서 새벽마다 해안경비를 서며 군복무했던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듯 "해 뜨는 건 보기도 싫다"며 해돋이 시간은 관광할 때가 아니라 퇴근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이곳에선 대부분 상근예비역이라 해안초소에서 밤샘근무를 서고 집으로 퇴근했다가 다시 근무서는 식으로 군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제가 새로 발견한 장소는 삼척해수욕장에서 뒤쪽길로 가다보면 나오는 "해가사터"라는 곳입니다.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헌화가" 아시죠? 암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절벽에 붙어 있는 꽃을 꺾어다가 수로부인에게 바쳤다는 향가말입니다. 해가는 삼국유사 수로부인전에 나오는 헌화가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덕왕 대의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는 길에 잠시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던 중에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바다속으로 데려가자 근처를 지나던 노인이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입이 쇠도 녹인다고 했는데 바다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 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경내 사람들을 불러 노래를 부르도록 시켰다고 합니다. 그 노래가 "해가" 이구요.
해가사터에서 본 바다풍경이 시원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터라 파도가 제 키보다 조금 더 큰 높이로 솟아올라 폭포가 쏟아지듯이 길게 내리쳤습니다. 하얀 물보라가 얕은 해안에 퍼졌구요. 먼 바다는 시퍼런 데 가까운 바다는 하얗게 반짝였습니다.
해가사터 바로 아래는 증산해수욕장이 있는데 맨 앞부분의 이물이 나간 배와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그물이 눈에 띕니다. 여기가 조용하고 해돋이 보기도 좋은 데다가 민박집도 백사장 바로 앞에 있어서 세저리 식구들 데리고 한번 와보고 싶네요.
백사장을 따라 가다보면 암벽이 있고 그 옆에 나무로 만든 길이 나 있습니다. 여기를 따라 건너가면 추암해수욕장이 나오는데요. 정규방송 시간 끝나고 애국가 나올 때 본 해돋이가 여기서 촬영한 것이랍니다. 오솔길에 멈춰서 구름 속에 새어나온 뻘건 빛이 바다와 뾰족하게 솟은 촛대바위 위로 비치는 모습에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좋다."
익숙해서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 일상에서 낯익은 냄새와 풍경, 사람들을 천천히 음미해 보면 전에는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더군요. 옛날 일도 아니고 아주 먼 앞으로 얘기도 아니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이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는 재미를 찾을랍니다. "세상을 깊게 보는 눈"을 가지려면 세상의 작지만 의미있는 일상을 볼 수 있는 눈이 먼저 필요할테니 말이죠.
이상 삼척해돋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홍보담당 손군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핸드폰 충전기를 안가져와서 핸드폰에 저장된 일출사진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군요.
글을 수정하거나 포토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