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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늬우스] 서동일 특집
- 양호근
- 조회 : 3305
- 등록일 : 20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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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정이었을까.
청탁을 하던 자에서 청탁을 받는 자가 되니, 생각보다 글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뭐랄까... 막연한 귀차니즘과 이제 세저리에서 비주류로 전락해버린 처지에 대한 개탄 그리고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되니 하는 왕고심보까지... 아무튼 복합적인 이유로 그동안 세저리를 괄시 아닌 괄시를 했는데, 신임 세저리 편집장의 애절한 눈빛을 생각해서 손가락을 까딱거려본다.
세저리뉴스는 역시 밤에 써야 제맛이다. 모두 잠든 사이 은밀하게 배출하는 쾌감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싸는 것은 역시 밤에 하는 게 참맛인걸까? 눈썹개는 어제 새벽에 그렇게 싸대더니 오늘 하루 종일 자신의 글에 대한 답글도 달지 않고 있다. 오늘 새벽에 다시 변소를 찾아 어슬렁 거릴지도 모른다. 이 글에 응답바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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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에 눈썹개가 있었다면 4기에는 서동일이 있었다. 뭐, 그런 존재였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은 서동일 특집으로 꾸며보려 한다.(며칠 전 세저리를 방문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조용히...) 세저리뉴스 독자의 절반 이상이 이름만 들어봤거나 이름조차 모르는 그 존재감 없는 사람 얘기를 하자니 살짝 흥행 부담이 되기는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동일의 "서"자만 써도 여학우들은 월요일에도 불금처럼 광란의 밤을 보내며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지금은 그도 한물 갔다.
이제는 보수의 아이콘이자 수구의 앞잡이가 돼버린 우리 동아일보 서동일 기자에 대해... 그가 기자이기 이전에 얼마나 인간다운 인간이었는지... 지금은 얼마나 망가져버렸는지, 그의 과거를 샅샅이 애무하며 알아보기로 하자.
<본격애무, 남자 서동일>
서동일은 온유와 사귄다.
물론 그 온유는 아니다. 다른 온윤데 온유가 세저리에 들어올 때 우리는 그 온유가 그 온유인 그 온유가 그 온유가 아닌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물론 나를 비롯한 남학우들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여학우들은 경계와 시샘의 눈으로 온유를 바라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숱한 뒷조사와 함께 말이다. 그만큼 서동일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응답하라 1997에서 "핫"의 인기에 버금갔을 것이다.
인기? 단연 1등이었다. 거의 백이면 백 여학우들은 서동일에 뻑이 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외모에 뻑이 갔다. 소지섭을 닮았다나??? 그냥 소를 닮긴 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나보고 하석진을 닮았다고 하는 게 가까울 듯 싶다.(하석진이 누규? 하는 사람은 지금 검색해서 찾아보라. 내 얼굴이 뜬다) 어쨌거나 여학우들의 무한 애정을 받은 서동일은 뻔뻔하게도 절대 그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 온유를 사랑했는지 부끄러웠는지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하는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그는 밤마다 팬티만 입고 준석이 침대 위에 올라가긴 했었다.)
그는 목소리도 죽였다.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중저음의 남성스런 목소리를 타고 났다. 승태의 소프라노도 아니고 지현이의 대구사투리도 아닌 알토톤의 서울사투리를 구사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매력에 여학우들은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그는 돌부처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돌부처 서동일의 행동에 여학우들의 애정도 시들시들해져갔다. 물론 정혜정은 세저리에 있는 내내 외모 1등은 서동일이라고 외쳤다.(사진을 보면 서동일 옆에는 늘 그녀가 있었다) 그래서 그랬나. 서동일이도 세저리에 오던 날 밤, 정혜정을 애타게 찾았다. 온유하고 사이도 안 좋은 것 같던데... 혜정이는 여기 없고... 인연은 안 될라면 이렇게 안 되나 보다.
2학기 들어 서동일의 인기는 하락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그놈은 타고난 소얼굴과 낮은 목소리 덕에 상위권은 유지했다. 작년 11월에 조사한 세저리서치 결과다.
현재 세저리 내 남성 인기도 순위. (공인 99%)
0. 박새찬(*) : 어리다는 이유로.
1. 이지현(-1) 교회 오빠 이미지 굳히기 작전 성공. 나이로 밀림.
2. 이준석(+1) 가을 남자 이미로 하락 조짐.
3. 최원석(-1) : 파마로 하락.
4. 서동일(-2): 그냥 가만히 있어서 밀려나도 이정도.
5. 왕범준(*): 세저리뉴스로 반짝 상승. 하락 예상.
6. 임종헌 (*): 그냥 저냥...
7. 김승태 (-5): 급락과 상승을 반복 중. 나쁜 남자가 아닌 못된 남자 이미지.
8. 유동열 (-): 유일한 위너라지만... 그닥 이점 없음.
9. 김동현(*): 더러운 이미지로 하위권 낙점.
10. 꼬토근(-10): 노코멘트. 우리의 영원한 10번. 나가도 영구결번으로 남을 듯.
내가 인기도가 10위라는 점 때문에 이 결과를 굳이 여기 올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치부를 밝히면서까지 나의 사랑스런 친구 서동일을 당신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서동일은 2학기 들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먼저, 욕설이 늘었고, 둘째로 소지섭에서 마빈박사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확인하시길. 하지만 딱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동기 여학우들에게 끝까지 존댓말을 쓰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다. 친해지면 욕을 하기 때문이다. 서동일은 서울사투리를 잘못 배워서 친한 사람들에게는 욕을 써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여학우들에게 차마 욕을 쓸 수 없어서 끝까지 존칭을 쓴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역시 멋진 남자다.
아무튼... 그렇게 살다가, 보수의 아이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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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8월 31일 밤에 세저리를 찾았다.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가 한다. 여전히 멋있는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욕.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사회부 기자로 뛰면서 동아일보에서 1면 기사도 세 번이나 썼다고 한다. 그녀석은 상당히 기자일을 잘 하는 친구다. 그날 그놈은 형사처럼 보이려는지 조폭처럼 보이려는지는 모르겠으나 머리도 짧게 깎고 얼굴에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나타났다. 여전히 골초였고, 뱃살도 그대로였다.
서동일은 세저리가 많이 그리웠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니고 기숙사에서 시켜 먹던 닭도리탕이. 휴가 나온 사람들은 다들 세저리 생활을 그리워하기 보다 여기서 먹었던 이상한 음식들만 죄다 먹고 싶다고 난리다. 나도 나가보면 알라나? 어쨌거나 그 녀석이 온날 밤 새벽 늦게까지 술과 음식을 즐겼다. 그 녀석이 그래도 의리가 있는지라 많은 돈을 썼다.
아, 할 말 없다. 그놈 와서 돈 쓴거 말고 한 게 없어서... 아차차, 서동일이가 서울에 올라가면 누구든 연락하란다. 미리 약속을 잡으면, 아침 식사도 같이 할 수 있다고. 아무튼 이 참에 존재감 없는 서동일하고 다들 좀 친해지길 바란다.
<대충 사진 설명> 대충 보면 알겠지만, 작년 5월 5일 뽕쌤 물 먹인 사진도 있고, 맨 위 사진은 그 놈이 온 날 뽕쌤과 식사를 하며 찍은 것이고, 체육대회 때 욕하는 사진도 있네? 그리고 혜정이랑 사이 좋게 찍힌 사진도 있고, 그러고보니 식당에서는 죄다 여자랑만 앉았구나 이 자식. 아무튼 이런 놈이다. 대충 얼굴 익히고 서울에서 길거리에서 만나걸랑 욕 한 번만 해달라고 청하길. 욕도 먹고 밥도 얻어 먹을 수 있을 거다.
서동일 특집 끝! 졸려, 이젠 자자.
<다음에 세저리를 방문하시는 선후배 동료 여러분께도 제가 이리 아름다운 기사로 포장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