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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보고 싶다
- 강신우
- 조회 : 3057
- 등록일 :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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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뉴스, 친노 입니다.
방학이네요. 꽃다워야 할 우리 세저리민의 지친 얼골도, 그대들의 끼 넘치는 웃음소리도 사라져 버린 이 곳,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과 방충망 틈새 가르는 스산한 바람 소리만 남은 이 곳,
문화관 201호에서 아침편지를 띄웁니다.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 집에서, 안녕히들 계시나요?
저는 여러분이 벌써부터 보고 싶습니다.
카톡으로 이미 소식을 들은 분도 계시겠지만,
지난 주말, 단짝 자옥이와 저는 신혼 살림을 꾸렸습니다.
평범하게 단칸 방, 월세로 시작했어요.
좁다고 불평하진 않아요. 뭐, 우리만 어렵나요. 남들 다 똑같지.
있잖아요,
우리 자옥이가 참 보면 볼 수록 좋은 사람이란 걸 느껴요.
어제 저녁에 새로 얻은 방엘 들어갔거든요?
글쎄, 들어가자마자 방이며, 누런 때 낀 화장실 청소에 빨래 세탁, 지저분한 전선 정리와 인터넷 설치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거 있죠.
저도 거들긴 했지만, 아마 그이 없었으면 대충 마무리하고 치웠을 거예요.
오늘 아침에는 혼자 일찍 일어나서 가까운 의림지로 운동도 다녀왔고요,
이불 속에서 늦잠 자고 있던 저를 깨우고는 같이 등교했답니다.
그때가 7시 20분 정도였을거예요.
오늘처럼 항상, 이 시간에 같이 학교 가자며... 둘만의 약속을 했습니다.
문화관 2층에 들어가니까, 여러분들이 놓고 간 짐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어요.
지저분한 건 못 참는 그이잖아요. 우리는 강의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답니다.
냉장고에 있던 우유, 두유, 요플레는 유통기한이 지났더군요. 이거 어떻게 할까요?
버리려다 누군가 버럭할 것 같아 놔둘게요.
산뜻해진 강의실에서, 첫 아침을 차려 먹었습니다.
저희는 원룸에 있던 밥솥과 밥그릇을 들고 올라왔더랬죠.
시어머님이 싸 주신 오이지와 멸치 조림이 일품이었어요.
식전에 그이가 깎아 준 참다래도 꿀 맛 이었죠.
단출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아침이었습니다 : )
참참, 주책도.... 제가 그이 자랑을 너무 늘어놓았네요. 내 정신 좀 봐.
여러분은 언제 오시나요? 빨리 와서 같이 밥 해 먹어요.
여러분이 보고 싶습니다. 많이요.
추신 : 오시거들랑 반찬이랑 그릇도 좀 부탁드릴게요~ 냉장고 빈 거 보이시죠?
이것이 비록 고통일지라도
그래서 다시 보람임을 믿을 수 있는
맑은 웃음소리로 여러 밤의
눈물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그대여 희망이여
그대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도종환 시,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