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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솔직히 겁이 납니다.
- 주상돈
- 조회 : 3506
- 등록일 : 2010-09-29
# 0.5 사실은 이렇습니다.
지난 세저리 기사에 ‘이횰’로 소개되었던 ○○○양. 사실은 이렇습니다.
# 1. 아! 세저리
주옥같은 특강을 듣기 위해 쪽잠도 마다하지 않고, 화장실에서 바가지로 샤워하며, 4층 강의실 소파에서 가위에 눌려 혼자 신음했던 여름이 지납니다.
기자는 세저리에서 벌써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합니다.
“여기는 가을이 없어 바로 겨울이야.”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 때도 ‘그저 하는 말이겠거니’, “남자 기숙사 대체로 괜찮은데 반대쪽은 축축해.” 그럴 때도 ‘나는 아니겠거니’ 했는데…….
오호라 세저리 만만치 않습니다. 추석이 지나자마자 세러지는 ‘초’ 겨울에 들어섭니다.
깃털같이 얇은 옷차림은 사라지고 대신 오리털이 듬성듬성 박힌 스웨터를 볼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촉촉한 방은 남의 속도 모르고, 매트리스마저 불룩불룩 애를 먹입니다.
# 2. 소음 주상돈
기자는 요새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절대 휘성의 노래 ‘insomnia’처럼 감미롭지 않습니다. 별로 안 그렇게 생겨서 유별이다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불룩불룩한 침대에서 두서너 시간을 뒤척이다 잠이 들면 자도 잔 것이 아닙니다.
4번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머리를 짜내도 쓸 만한 글 한 줄 나오지 않습니다.
친절한 세저리인 들은 기자에게 “어제 문화관에서 잤냐, 초췌해보여.”라며 저의 상태를 굳이 상기시켜 줍니다.
그러던 중 지영이가 한방엑스포에 간답니다.
평소 양방보다 한방을 좋아하는 기자는 한방엑스포에 희망을 겁니다. 엑스포장에 도착한 기자는 안면인식으로 체질을 분석해주는 체험을 했습니다.
기자의 체질은 ‘소음인’ 소음인의 특징을 하나하나 읽어내려 갑니다.
‘표정이 항상 어둡고 여성적인 기질이 많다. 평상시 우울한 빛이며 부정적인 생각을 잘 한다. 비관적인 푸념을 잘 늘어놓는다. 시샘과 질투가 심하다. 소음인을 가리켜 속된 말로 쫀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습니다.
저의 불면증은 바뀐 환경의 탓도 체력저하 탓도 아닌가 봅니다.
씁쓸합니다.
“오빠가 소음인이라니 기계가 별로 믿음은 안 가는데 재밌네요.” ‘소음 상돈’이라고 제게 별명을 지어준 인아의 표정이 어찌나 해맑던지.
#3. 더 줘?
그래도 저에겐 든든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저에게 늘 웃음을 주는 사람.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절대 거르는 법이 없습니다.
이분은 바로바로 비룡학사 식당에서 밥을 담당하시는 ‘더 줘? 아주머니’
식판을 아무리 쭉 내밀어도 재빠르게 식판을 낚아채 가신 후 넉넉히 한 주걱을 밥을 퍼 주시곤 세심하게 “더 줘??”로 마무리하시는 아주머니.
옆에서 주 메뉴를 담당하시는 아주머니의 현란한 국자 페이크는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더 줘 아주머니’가 언제나 밥을 넉넉히 주시니까요.